슈퍼 히어로란 무엇인가
월드 인 페릴을 하기에 앞서, 슈퍼 히어로란 인종이란 무엇인가라는 전제를 모두 공유해야하기에 이 글을 적습니다.
일단 이번 단편은 배트맨의 로빈즈들을 플레이하는 이야기가 될 것인데, 사전 자료는 배트맨이 등장하는 뭐든지 상관없습니다. 사실 다다익선이에요.
개인적으론 팀버스 세계관(https://namu.wiki/w/%EB%B0%B0%ED%8A%B8%EB%A7%A8%20%EB%94%94%20%EC%95%A0%EB%8B%88%EB%A9%94%EC%9D%B4%ED%8B%B0%EB%93%9C%20%EC%8B%9C%EB%A6%AC%EC%A6%88 ) 이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접근 난이도도 낮다고 보기에 이를 베이스로 삼았지만 애당초 저 자신이 나름 취향에 따라 어레인지를 하였으며, 기타 60년대의 시트콤 풍 배트맨 TV시리즈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에니 배트맨 브레이브&볼드를 보셔도, 팀 버튼의 배트맨을 보셔도, 놀란의 다크나이트 3연작을 보시면서 준비를 해도 좋습니다. 원작 코믹스를 읽으신다면 오히려 제가 굽실거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전 자료를 보든 간, 절대 잊지 말아야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게 한국과 미국 혹은 동양과 서양의 정서적 차이일 수는 있겠는데, 이 지점에 있어서 납득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사전 자료를 읽더라도 이해도가 오해도가 되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됩니다.
바로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슈퍼 히어로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죠.
서론이 지나치게 길었는데, 사실 본론부는 간단합니다.
슈퍼 히어로는 자경단입니다. 국가와 법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잇으니, 모범시민인 내가 직접 나서 스스로 자신과 남을 구원하겠다는 사고 방식의 소유자죠.
그런데, 이들이 단순한 자경단을 넘어 히어로, 그것도 슈퍼한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시민과 악당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선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아무래도 흥행이나 비평상 튀는 작품들 위주로 들어오기에, 이 시각을 기본 베이스로 깔아두고 시작하는 정통파 작품보단 특이한 IF 설정의 슈퍼히어로물이나, 슈퍼히어로의 각종 클리셰를 비꼬는 작품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즐기고 있던 슈퍼 히어로 상이 정통적인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 조차 모르고 즐겨서 미묘한 온도차가 생기곤 합니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어떤 것이 원형이고, 어떤 것이 비틀은 것인지를 알고 접근해야 설령 자신이 비틀기를 직접 시도한다 하더라도 오해가 덜 생긴다는 거지요.
자, 여하튼 시작하죠.
먼저 시민과의 관계
이들은 자신들 외에 다른 시민들이 자경단으로 활동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건 '결코'(중요) 자신이 힘과 권위를 독점하거나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이들은 자경단이 결국 범죄와 처벌의 무한연쇄의 반복이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고, 자신들의 축복받은 재능 혹은 환경이 아니면, 그 반복을 버틸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만한 준비가 되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을 철저하게 이 싸움에세 배제시켜 지키려고 하며, 설령 시민들이 때때로 자발적으로 자신을 돕는 걸 고맙게 받아들일 지언정, 결코 평범한 시민들에게 자기처럼 악과 맞서 싸우길 지시하거나 선동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꽤 많은) 슈피허어로 풍 만화나 V 포 벤데타의 같은 비주류 슈퍼 히어로 만화의 경우 주인공 히어로가 시민들의 각성을 추구하며, 시민들이 스스로 들고 일어나 사회 구조악과 싸우길 요구합니다만, 이건 이상적인 슈퍼 히어로상이 아니며, 심지어 보수적인 슈퍼 히어로 독자들에겐 슈퍼 히어로로서 기본 상식조차 없는 망발이 되는 겁니다. 저도 기왕 슈퍼 히어로 물을 한다면, 이런 보수파 시각을 견지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로선 비틀린 버전이 더 식상해요(!)
결국 이 부분에서 슈퍼 히어로와 시민간의 서로 가지고 있는 기대감을 이해하지 못하면, 왜 슈퍼 히어로는 저렇게 사서 손해를 보는지, 시민들은 왜 저리 배은망덕한지 투덜거리게 되고, 이야기 진행이 겉돌게 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악당과의 관계
오해하기 쉬운데 이들은 결코 피해자 대신 악에게 복수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들은 악당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을 통해 갱생, 그리고 치료와 구원을 선사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설령 복수자 컨셉이라도, 궁극적, 메타적으로는 이 결말로 수렴해야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은 상관없습니다. 복수의 허무함을 알고 있어서든, 그게 진정한 승리라고 생각해서든, 악당도 구조 모순의 피해자라 생각해서든, 자신에게 타인을 처단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해서든, 심지어 그게 우주의 질서나 운명적 무언가여서든 이유는 가져다 붙이기 나름. 여하간 이들이 가급적 끝장을 보지 않으려하고, 때로는 불살주의가 아닌가 의심을 사기도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일부러 구할 거 까지도 없다.' 정도만 가도 사실은 꽤 쌔~한 편이에요. 일부 배드-애스 기믹인 경우 살인도 주저치 않습니다만, 역시 그들조차 이를 즐긴다가보단, '죽이지 않고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다.'거나 '정당방위' 정도의 핑계(?)는 마련해 둡니다. 이런 경우 자신의 행동을 딱히 미화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 또한 언젠가 그들과 똑같은 말로를 걸을 거라는 각오는 해두고 있지요.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왜 슈퍼 히어로는 슈퍼 빌런 앞에선 무른 모습을 보이는지. 심지어 방금전까지 살육머신으로 수십구의 시체를 만들며 싸우다가 정작 쓰러트린 슈퍼 빌런은 그냥 경찰서에 보내고 마는지, 라이벌 슈퍼 빌런과는 모종의 우정 비슷한 감각을 느끼면서도 사회와는 교감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저 부분의 미학을 그저 드립성으로 소비하는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겁니다.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 영양가없이 길어졌군요. 여하간 월드 인 페릴은 이런 시각을 먼저 뇌리에 넣고 모든 플레이에 임해주세요. 이 부분에 대한 관점에서 어긋난 선언은 기본적으론 '안 돼'가 선언 가능한 AWE로서는 꽤 특이한 부분이 있는 룰이고, 그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히 설명하기보단 '그건 슈퍼히어로 같지 않아서' 정도로만 답해도 서로 앙금없이 넘어가길 원해서입니다.
가능하다면, 이번 주말에 고담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이번주말 혹은 다음 주 초(그러니까 3탄은 아예 안쓸 수도 있단 얘기입니다.)에 로빈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댓글 (2)
확인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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