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연출 시스템(?)에서의 밸런싱
예전엔 스토리텔링, 요즘엔 제일 히트 친 AWE 시스템을 따라 AWE 류로 불리곤 하는(사실 이렇게 뭉뚱그리기엔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해져버리긴 했지만) 게임에서의 불합리한(해보이는) 플레이어 대접과 밸런싱 문제에 대해, 어제 이야기 나눈 부분을 토대로 정리해 봅니다.
미리 말하지만, 이건 딱히 제 독단적인 판단이라고까진 안하겠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정석... 뭐 그런 건 더 아니에요. 아직 그 정도로 발달한 분야가 아니고, 이쪽은 D&D 혹은 크게 잡아 d20같은 거대 세력이 없어 팬덤과 그 관심분야가 각자 갈라진 분야라 통일된 의견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거라 봅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류 시스템을 즐길 때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페어하지 않다.' '특정인에게만 불리하다' '특정인에게만 유리하다' '마스터가 편파적으로 연출을 분배, 해석한다.'라는 문제는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어떤 의미 안생기면 곤란해요. 기본적으로 무슨 대전격투가 아닌 바에야(심지어 대전 격투라도 현실이라면 흥행을 위해서) 갈등, 특히 사회적 갈등은 이런 불합리, 부조리에서 시작하는게 태반이거든요. 이런게 없으면 오히려 그 세션은 어떤 의미 바바가 경계했던 파워플레이가 되어버립니다. 근본적으로 모두가 단결했을 때 이길 수 없는 -적어도 시스템과 팀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일은 없으니 갈등은 그렇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적으로 막판에 몰아서 해결하고, 중간에 만담쇼로 시간 때우면 끝나니까요. 뭐 스트레스 해소용으론 파워플레이도 그렇게 나쁘진 않긴 합니다만...
그러면 이런 시스템 자체는 플레이어의 멘탈을 갉아먹는 스트레스 유발 게임일 뿐인가? 그랬으면 적어도 3~40%(댄저씨들을 제외하면 이미 절반 이상?)에 달하는 시장셰어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지요. 오히려 다른 팀들의 사례나 여론을 감안시 이런 게임을 제일 어색해할 거라 생각하는 초보자들이 이런 게임을 더 잘 즐기는 경향마저 보여줍니다.
어째서인가. 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자원을 합리적으로 관리해, 팀원들과 협력해가며 최적효율로 개인과 팀의 목표를 달성한다.'라는 감각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룰을 즐길 때는 오히려 이런 류를 안해본 체 경험만 는 숙련자일수록,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굳어지기 쉬운 저런 감각을 버려야 합니다. '모두가 마스터적 관점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얘기는 이걸 반대 방향에서 말한 것입니다.
정리해 말하자면 나에게 주어진 캐릭터는 나에게 주어진 자원이다. 다른 사람의 캐릭터는 플레이 내부의 상호작용 피드백을 통해서만 접근해야 한다. 이런 고정관념을 일단 버려야 합니다.
모든 캐릭터와 캠페인 내부의 정보, 플롯 구조는 파티 전원이 관리하는 공유 자원입니다.
각자에게 분배된 것은 그 도구를 다루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볼건가 하기 위한 편의상의 분배일 뿐, 그 도구의 최대 포텐셜을 보이라는 강요나 압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지만, 그 도구가 현재 상황에 써먹기 영 적당하지 않으면 다른 도구의 포텐셜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버림패로 써도 되요. 오히려 이 때 최악은 자기에게 할당된 도구의 활용법을 파악하지 못한 채, 거기에만 집착해 그냥 끙끙대기만 하다가 지레 지쳐서 그 도구를 그냥 방기하는 겁니다. (버림패와 방기의 차이는 그 의도를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해하냐, 못하냐로 두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류의 게임일수록 선언의 의도가 중요하고, 지금 하는 발언 그 자체보단 그 속에 숨겨진 의도나 계획이 중요한 거라면, 그 부분에 대한 다른 팀원들의 이해와 허가를 받고 진행해야 합니다.) PC는 그 플레이어의 개인 자산이 아니고, 그렇게 다룰 권리도 근본적으론 없는 시스템이에요.
결국 캐릭터간 수치적 밸런싱은 아예 논외 수준이고, 플레이어가 느끼는 (게임 내부에서의) 사회적 소통 문제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심지어 게임 외부에서의 의사 소통 문제도 게임 내부에서의 갈등 해결에 집중해 접근하면 게임 안에선 극복 불가능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시스템의 진짜 문제는
1. 난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보단 특정 캐릭터 서사(특히 자캐)를 살리고 싶을 뿐이다.(이런 류 시스템 자체가 안맞는 겁니다.)
2. 실제 인간관계, 팀내 정치적 역학 갈등으로 인해 커뮤장애가 일어난다.(이건 어떤 게임을 누가 마스터링 하든 생기는 겁니다.)
이 두가지가 있고, 이는 사실 이런 류 시스템이 이런 문제를 쉽게 까발릴 뿐, 그 문제 자체는 시스템 이전의 인간 개성이 엮이는 가운데 생기는 근본적인 것들이라 사후 대증 처리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냐의 문제지,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사실 이걸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 자체가 저에겐 지나치게 나이브하거나 심지어 좀 오만하게 들릴 정도에요. 이게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서 알피지나 하고 있을 리 없잖아!)
댓글 (4)
적절한 풀이입니다.
저는 이야기만들기보다는 장면만들기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야기만들기였다면, 마지막에 수정점을 넣어서 완결성을 올렸겠지요.
여하튼 이런류의 방점은 "함께 한다"에 꽂혀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마지막에 지적한 2가지 문제가 다른 룰에 비해 빠르게 수면위로 급부상합니다. 조별과제라는 단어만 ㄸ 떠올려도 감이 오죠. 그래서 저도 많이 걱정했지만 팀원들의 능력을 보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습니다.
이런류에서 괜찮은 룰이 되려면 게이머 타입과 캐릭터 어필 타입의 양쪽을 다 동기유발이 되어 입문이 어렵지 않되,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마스터관점으로 보도록 유도할 수 있는 규칙이어야합니다. 마우스가드는 "우리가 싸우는 이유(링크)" 챕터를 보면 두 타입의 플레이어 모두 입문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짜여있습니다. 심지어 마스터에 따라 마스터관점을 버리고 게이머나 캐릭터어필로 포커스를 맞춘채 돌리더라도 가능하게끔 되어있고요. 서술권을 승자가 쥐게되는 규칙을 통해 모두 마스터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유도가 가능하고요. 대신 유도가 안되는 초반일수록 위에 말한 2가지 문제가 더욱 빠르게 드러나는거고요. 그래서 덕지덕지한 매커니즘과 거지같은 룰북 차례에도 괜찮은 룰이라고 생각합니다. (AWE는 어쨋든 2d6라는 현자타임이 오면 게이머 타입이 GG를 친다고 보거든요.)
정리를 잘 해 주셔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Check를 사용해서 갈등을 연출해보면 이런 류의 시스템이 확실히 체감이 됩니다. 어쩌다보니 제가 전투 2번을 다 해버려서 이제 와서 좀 미안하네요. 어떤 공격을 할 것인가 정하고 어떤 캐릭터를 쓸 것인가 정할 때, 처음이라 정신 없었는데 이 부분에서 내 캐릭터만큼이나 다른 캐릭터의 특징들을 알아야 재밌는 연출이 됩니다. 다른 액션, 다른 캐릭터를 배치해야 효율도 재미도 좋구요. 이야기나 장면을 만들기 위해 다른 캐릭터도 사용한다는 감각이 갈등에서 승리후 정리할 때 다른 플레이어들의 반응과 함께 확 왔었는데 쾌감이 상당합니다. 일종의 전능감이랄지;;; 내캐릭터만 조종하는게 아닌 다른 캐릭터들을 배우들처럼 각자 움직이게 해서 장면 연출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참가하는 갈등을 연출을 해보면 내 캐릭터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애정이 생기는게 체감이 됩니다. 다른 배우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는 건 나중에 고소감... 상의가 되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만. 이 부분에서 마스터에게도 동등한 재미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측이 승리하면 마스터가 갈등의 마무리를 정리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마스터가 제일 자주 재미를 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드네요;;
Npc를 대하는 것으로 점점 정이 붙어서 세계에도 애정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합니다. 갈등상황의 승패가 어떤 캐릭터의 단순배제를 뜻 하는게 아니라 그 갈등의 해소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Npc를 포함에서 적까지, 캐릭터에 더 생기가 생기고 명줄도 길어집니다. 이 캐릭터들은 또 써먹을 수 있고 이야기가 계속되게 하는 꺼리로 작용합니다.
이 감각-전능감;;-을 또 맛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맛봤으면 합니다.
GM은 카드를 빠르게 정하고 덮어둘겁니다. 각 페이즈가 끝난 다음 액션을 누가 어떻게 할지 서로 논의해서 최종적으로 팀장의 주도아래 정리해도 괜찮을듯합니다.
마스터 턴에는 PC가 체크를 벌려고 져주는 일이 벌어지겠지만, PC턴에는 마스터가 서술 할 일이 별로 없을겁니다. 마스터가 재미있는건 마스터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때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적극 참여할때입니다.
장편이었다면 비단장수 쉐인은 로켓단처럼 사사건건 등장해 훼방을 놓았을수도있고, 쉐인의 복수를 하려는 인물을 새로운 enemy로 등록했을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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