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아닌 후기

후기가 없으면 마스터는 내가 마스터링을 재미없게했나 우울해지는 법이죠. 최근 몇 주간 후기가 없는 이유는 스토리가 확장되는게 아니라 수렴되어가다보 정리할 게 없기도하지만, 주차가 끝나고 후담을 나누는 동안 플레이에 대한 내용이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도합니다.


몇 년째 팀에 있지만 여전히 식당이나 카페에서 플레이 내적, 외적으로 감상을 말하고 피드백을 하는데 집중하자고 화제를 꺼내는건 어려운 일입니다. 분위기를 깨가면서 말을 꺼내기도 어렵지만, 플레이 대한 주제가 길게 이어지지 못한채 각자 게임을 한다거나 폰을 본다거나 하다가 다른 주제로 돌아가버리기 일쑤니까요. 소수끼리만 공감하는 주제가 오고가게 된다면 소외감이 드는것이고, 그렇다고 항상 모두가 호응해줄 수 있는 화제꺼리가 올라오기도 어려운 일이고, 억지로 주제를 강요하는건 즐긴다는 본질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지요.


다른 룰도 깊이가 없다 이런건 아니지만, 역사와 전통이 쌓여있기에 파도파도 팔게 있는 D&D의 매력은 이런데서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다들 호응이 가능하고 주제꺼리가 풍부하다보니 플레이가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담에서 했었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대략 플레이어가 자유로운지를 느끼는걸 궁금해하셨지요. 제가 볼 땐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지 물어보는 거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려면 집중을 하고 사고를 해야하죠. 그러면 원패턴이 아니라 플레이어 그리고 캐릭터에게 의미가 있는 행동이 이루어지고, 그 행동을 위해 다른 플레이어 또는 캐릭터를 설득하는 것까지 가야 자유로운 선택이 아닐까합니다. 

저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선택지는 자유로운 선택지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결과를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을때 비로소 플레이어의 취향이 드러나고, 캐릭터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 흔적도 없는 갈림길을 선택하는건 자유로운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죠. 밧줄을 타고 내려갔을때 북쪽으로 가느냐 동쪽으로 가느냐처럼요. 한쪽엔 발자국이 남아있고 한쪽엔 바람이 불고 있을 때 그것을 바탕으로 "사고"가 이루어지며 유의미한 선택을 할 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터가 밧줄을 걸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나 3가지 방법중 어디를 갈지 고민할때 재미있었다고 하였던것처럼요. 반면 스터지를 잡고 미로길에서 3가지 갈림길 중 선택을 할 때도 어느정도 단서나 정보는 있었습니다. 맵이 스포일러되면서 된 정보지만요. 그러나 그 갈림길에선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던 건 그 선택지 자체가 취향을 드러낼만큼의 미래를 예상하는데 ㅂ 별호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어차피 어느쪽으로 가더라도 던전을 다 돌겠지란 마인드인거죠. 이것은 후반부에 있었던 남쪽수로길이냐 북쪽동굴길이냐의 선택에서 D루에겐 유의미한 행동이니 주장을 했겠지만 나머지 4명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고르게 된 원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사소한 장면도 깊게 생각하면 유의미할 순 있지만, 항상 창의적이거나 심도있게 논의하는건 어려운 일일 겁니다. 모든 주제가 모두에게 사고를 유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니까요. 하이라이트를 만들기 위해선 그렇지 못했던 선택지나 장면도 그럴수있구나하고 넘어가야하는걸까? 싶기도 합니다.


댓글 (2)

RNarsis 2018.06.25 23:48

사실 바바도 선택지를 던져주지 않는 시나리오(플레이어보고 선택지를 만들라 던져주는 시나리오)야 말로 실상 플레이어 체감상으론 레일로드와 한 점 다를 것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한 바 있죠.

선택지를 던져주고, (스포일러가 걱정된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이후라도 좋으니 각 선택지에서 얻는 득실을 플레이어들에게 오픈하는 것이야말로 마스터와 플레이어간 신뢰의 시작이라 한 바 있습니다.

RNarsis 2018.06.29 02:24

불현듯 생각나서 적는 여담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즐겁고 편하게 할 수 있을 때는 '플레이어'보다는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가 중심이 되었을 때 입니다. 특히 자신의 캐릭터가 중심이 되었을 때는 관심을 가지지 않기가 더 힘들죠. 결국 이게 플레이어와 플레이의 얘기로 흘러나가겠지만, 그런 이야기의 도입부로서도 집중도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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