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R을 위한 퀵 가이드

 이미 AD&D 캠페인은 끝났지만,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미리 알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들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출처는 해당 이름의 PDF. 저자가 언급한 대로 이는 D&D 3 이전, 아예 넘버링이 안붙던 시절에 적용되는 이야기(저자는 이 이유로 3 이후의 D&D를 싫어합니다.)이므로 받아들이실 땐 보편타당한 원칙이라긴 보단 OSR을 재밌게 즐기려면 이렇다.... 라고 보시면 될 듯.


 4대원칙

 1. 룰이 아닌 룰링이다

 : 상식을 중요시해라. 시트를 보고, 이 캐릭터가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지 말고 '내'가 '이 세계'에서 뭘 할지를 상상해봐라


 2. 플레이어 스킬 > 캐릭터 어빌리티

 :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다. 목표는 살아남아 전설을 만드는 것이며 OSR의 캐릭터 어빌리티는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단, 행동 가이드라인이나 주인공 보정, 운 같은 요소라 생각해라. 기본적으로 PC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를 다룰 때 마스터는 피아 구분 없이 공평해야하지만 착각하지 말아라.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플레이어들 만큼이나 상호소통을 위한 스킬을 쌓아라.


 3. 영웅적이지만 슈퍼히어로는 아니다

 : 간단히 하자면 PC들은 배트맨이지 슈퍼맨이 아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알프레드도, 로빈도, 배트 케이브도, 돈도 없다. 고레벨이 되어 용을 때려잡을 수준이 되어도 혼자서 용을 멱살잡고 노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이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OSR이 원래 그렇다.


 4. 게임 밸런싱 따윈 잊어라

 : 이건 판타지다. 역경과 고통과 반전은 '게임 세팅'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플레이어에겐 이길, 특정 상황에 특정 룰을 적용할, 때로는 주사위를 굴릴 권리조차 없다. 고로 난이도가 어렵다거나 같은 팀원 중 누군가가 압도적으로 강하다거나, 마스터가 헛소리를 하는 건 비극이 아니며 여기선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인터넷 게임을 할 때처럼 키보드를 박살내지 마라. 자신의 캐릭터를 체스말로 보지 말고, 마스터도 플레이어들을 체스말로 보지 말아라.



 플레이어를 위한 9대 강령


 1. 거국적인 시야를 가져라 - 네가 만난 몹은 던전 생태계의 일부며, 상호작용할 것이다. 전체적인 던전의 구조를 보며 행동해라.

 2. 먼저 뒤지고, 그 다음에 죽여라 - 몹 죽인다고 템 안나온다. 특히 조우몹인 경우. 얘네들은 자원 소모를 위해 존재하는 놈들이며 부자몹을 만나기 전 파티를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행동한다.

 3. 만나는 몹마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던전 지도를 꼼꼼히 살피고, 이걸 플로우 차트처럼 활용하라 - 그저 맥락 위주로 진행한다면 꼬일 거다. 애당초 조우몹은 서사 맥락이고 뭐고 없으니까.

 5. 한걸음 걸을 때마다, 보이는, 변화하는 모든 것을 물어라

 6. 매직 유저를 지켜라 - 해결사다

 7. 고기방패를 고용해라 - 그리고 그들이 너희를 보물을 독점할 때 방해요소가 된다고 느끼게 하지 마라.

 8. 쪼렙일 땐 창을 들어라 - 고기방패에게도 창을 쥐어줘서 라인을 세워라

 9. 여관의 터줏대감에 신경써라. 그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 (마스터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둬라)


 마스터를 위한 5대 강령


 1. 좋은 굴림, 나쁜 굴림은 그 수치로 끝나는게 아니라 상황 자체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라. 단 이는 플레이의 집중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것으로 너무 남발하진 말 것.

 2. 정보 묘사의 상호소통을 중시해라. 조사나 배경, 대화를 묘사할 때 단순히 굴려보세요~ 정도로 끝내지 않고 선언 하나하나에 따른 결과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엄청난 시간낭비로 느껴지겠지만, 이게 플레이의 깊이를 만들어준다. 게다가 OSR은 전투 자체는 시간을 별로 안잡아먹기에 전부 다 합치고 나면 진행도 차이는 거의 없다.

 3. 전투 묘사에 공을 들여라 - 또르륵 명중, 또르륵 미스. 이렇게 진행하는 전투가 재밌을 리가 있나. 칼이 어떻게 날고, 캐릭터가 어떻게 몸을 날리는지 확실히 묘사해줘라. 택틱스 게임을 하는게 아니니만큼, 오히려 이런 묘사 하나하나가 전장 상황을 어떻게 바꾸는지 플레이어가 느끼고 활용할 수 있게 하라.

 4.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아라. OSR의 너저분한 자원 요소들은 너 혼자의 힘으로 매니지먼트 할 수 없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관리하게 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 재정적 문제, 시간적 문제들이 전투 난이도 이상으로 여러 리스크와 선택지를 안겨준다는 걸 실감하게 하라. 단 이건 리스크를 감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지 선택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해선 안된다.

 5. 네가 룰 북이다.

댓글 (6)

RNarsis 2017.12.10 23:50

여담이지만, 저 OSR의 4대 원칙에 저항해서 나온 것이 모던룰(D&D 3 이후 방식)이고, 그들이 저항했던 요소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룰링이 아닌 룰이다 - 현대의 다양화, 세분화된 취향과 문화적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모두가 공감하는 상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기존의 RPGer들의 상식이 80년대 B급 취향을 지닌 너드 남성의 상식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룰이 서사적 배경과 맥락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걸 반영하거나 특정 배경과 맥락을 전제로 한 룰을 만들면 그 뿐이다.


2. 플레이어 스킬 < 캐릭터 어빌리티 - 플레이어의 스킬로 사회적 갈등과 도전적 퍼즐을 해결할 수 있다면, 왜 육체적 능력은 그렇게 다루지 않는가. 결국 플레이어 스킬을 캐릭터 어빌리티에 맞춰서 사용한다는 전제하에야 성립하는 이야기를 보편적 원칙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각종 무리수와 파워 플레이(말발과 경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만 불균형하게 강화한 세팅, 그리고 그 세팅을 아예 염두에 둔 마스터링)가 벌어지는 것이다.


3. 소시민이면, 슈퍼히어로면 안되는가? - 이들도 충분히 RPG란 유희의 등장인물로 다룰 수 있다. 이들이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것은 이들을 다룰 서사 맥락을 고안하지 못했던 것이지 RPG란 취미 자체의 한계가 아니었다.


4. 게임 밸런싱은 중요하다 - 모든 플레이어는 이길, 공정한 룰 적용을 받을, 주사위를 굴려볼 권리가 있다. 그 때 부조리함을 느끼게한다면, 그건 마스터링이나 시스템의 잘못이다. 플레이어게만 친절한 세상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불편하다고 느끼게 만드거나, 모종의 희생정신을 요구한다면 그 취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애당초 이 부분의 매니지먼트를  참가자 개개인의 스킬에 맞기는 지점에서 소위 '고인물'의 한계를 만들고 시작하는 셈이다. 

nefos 2017.12.11 00:51

반발에 의한 개선점일테니, 서로 가치관이 달랐다 정도겠지만....


2번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죠. 인트8, 위즈8, 카리 6의 오크임에도 플레이어 스킬로 유창하게 소셜 문제를 해결해버린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라는거죠. 근데 정작 그래놓고 3rd나 4th조차 캐릭터 어빌리티를 베이스로 하기보단, 플레이어 스킬로 때워버렸던거 같던데 (...) 캐릭터 어빌리티로만 소셜 챌린지를 진행하면 노잼 보드게임이 되버리니...

RNarsis 2017.12.11 01:03

그래서 최근일수록 캐릭터 어빌리티를 단순한 수치만으로 구성하지 않고, 태그나 키워드 등을 활용해서 이를 자원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냐 안하냐 여부가 중요한 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죠.

RNarsis 2017.12.12 16:32

적다보니 생각났는데, 개인적으론 1번 문제가 실제로는 제일 심각하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특히 마스터가 '너희들이 우리 플레이에 대해 제대로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이정도는 상식이야'라는 발언이 진지하게 플레이에서 다뤄지는 순간, OSR의 원칙은 파티 브레이크의 선언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거죠.

moradin 2017.12.12 23:35

제가 요즘 룰들을 잘 모르다 보니 차이를 구분한다는게 어리석지만 최근 룰 들은 최소 한가지 이상의 재미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것 같습니다.


RNarsis 2017.12.13 03:00

기본적으로 최근 룰의 경향은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임펙트 있는 한 장면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냐'에서 '얼마나 간단하게 임펙트 있는 한 장면을 멋지게 만들어내냐'의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잘한 재밌는 장면들(양)보다도 이 한 장면을 위해 이번 플레이를 했다는 감각(질)을 추구하고, 또 그 장면을 뽑아내는 부분에서 얼마나 가성비(플레이어의 멘탈에 있어서나, 캐릭터의 자원에 있어서나)가 좋은지가 룰의 좋고 나쁨과 인기 여부를 가르게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사실 이렇게 잘난척 적어 봐도 제가 남들에게 뭐라 떠들 정도의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근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도 사실이라 결국 넍두리에 불과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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