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수평선 너머 제작자 노트(펌)

기본 아이디어야 좋고, 나도 항상 문제시 해왔던 부분이니만큼 굳이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시나리오에서의 구현이 개판이었으니까 문제지.

사병-부사관 아이디어가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선 둘 중 하나라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한다. 하지만 사병은 몰개성 그 자체, 부사관의 설정도 전혀 의미가 없다. 감정이입도는 제로에 수렴하는데다가 사병과 부사관은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으니,(수상 파티신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강제 이벤트로 진행시켰어야 한다. 턱치기 좀비 난동을 강제 진행할 바에야.) 능력적으로 사병과 부사관이 동등하다고 해봐야 동등한 애정이 부여되기는 커녕, 쓰기좋은 말이 여러개 생긴 것에 지나지 않게된다. 만약 애당초 같은 부대였으면 어땠을까? 1개 소대를 한 플레이어가 다루고 파티는 중대 병력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이것도 장기 플레이가 아니라면 캐릭터의 체스말화를 피할 수 없겠지만 시나리오에서 사용한 방식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인간은 소유할 수 없는 것에 애정을 가지지 않는다.(열심히 노력하면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상품은 그 의미를 잃는다.)

또한 문제의 논리로는 시나리오의 흐름을 플레이어가 '전혀' 조절할 수 없었던 것의 해답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외길 시나리오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고 그 퀄리티가 보장되는 한 무책임하게 만든 프리 시나리오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퀄리티'가 보장되는 한 말이다. 밀리터미물 특유의 전우애나 싸나이의 비장미도 딱히 느낄 수 없는 전개고(꼴통 상관은 느낄 수 있었구만~), 사병이라는 코인이 무한 보급되기 때문에 전술이란 측면에서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애당초 밀리터리와 좀비병사가 그다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다. 차라리 불쾌함과 답답함에 집중시켜 호러물을 만들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를 정도의 시나리오였다.(좀비보다 무서운건 꼴통 상관이다! -어떤 의미론 13일의 금요일 1편이 생각나잖아! 제법 좋은걸?) 삽입신의 의미도 불명. 결국 쓰레기같은 시나리오를 쓰레기같은 흐름으로 쓰레기같이 몰아붙혔다는 것인데, 문제의 논리로 이 문제를 설명할 수 있나?

역시 변명(?)을 읽어봐야 학점은 65535라니까~

Ps. 삼국지를 얘기하니 문제의 시나리오를 삼국지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시나리오에 맞춰 미묘하게 설정은 바뀐다.

*조조의 형주침략으로 유비군은 형주 백성과 함께 강릉으로 피신하기 시작한다. 백성을 생각하는 현명한 군주라는 평판에 유비군에 들어온 뜨내기 장수 장비와 조운, 그리고 제갈량은 백성들과 함께 피신하느냐 행군속도가 느린 것에 크게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어찌된 일인지 도원결의나 백마진에서의 만남, 삼고초려 따위는 설정으로도 없다.) 분석이 뛰어난 제갈량은 서주에서의 조조의 학살을 생각할 때, 백성 무리는 인간 방패 이상의 의미가 없고 오히려 그들을 흩어지게 해, 각자 강릉으로 피난하는 것이 행군속도가 빨라질 것이라 조언하지만 꼴통 유비는 웅얼웅얼하면서 그 조언을 무시한다. 제갈량 일행은 최소한 백성들이 무거운 짐이라도 버리고 빠르게 피난가도록 요구하지만 유비는 그것도 가로막는다. 제갈량은 파국을 막기위해 계속 유비를 설득하지만 유비는 백성을 생각하는 현명한 군주라기보단 백성을 인질로 쓰려는 얕은 수를 부리는 한심한 군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조조군은 느려터진 백성들을 따라잡아 도륙하고 백성들은 흩어진 것만 못하게 전멸하고 만다. 형주 토박이도 아닌 제갈량 일행은 안타까와 하지만 결국 알지도 못하는 백성보다야 자기 목숨이 1500배 정도 아깝다는 사실을 느낀다.(기실 장비나 조운도 조조군의 병사 한 명 이기기도 벅차다.) 덤으로 행군속도가 느린 관계로 미처 도망가지 못한 유비군도 괴멸의 위기에 처한다.(애당초 정예군인 관우의 1만은 강릉에 있으니.) 유비는 이제야 찔찔짜며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한다.(이 때 쯤에 유비의 큰아들 유기가 이 와중에 학살당하는 장면을 넣어주는 '그래서 어쩌라구?' 센스를 잊지말자.) 무능한 군주 유비에 크게 실망한 제갈량은 무력이 뛰어난 장비와 조운을 시켜 학살의 공범이나 다름없는 유비의 목을 친다. 그리고 셋은 조조군을 피해 뿔뿔히 흩어진다.

여기서 조운의 아두구출과 장비의 장판파 활약을 기대하고 이 시나리오를 짰다면 그 마스터는 미친 놈이겠지?

댓글 (2)

세피어스 2005.08.30 20:03
역시 소재가 현대식 군대라는게 문제였나.
RNarsis 2005.08.30 22:15
아니, 소재가 삼국지라도 재미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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