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 리플레이
하루가 자나니 좀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정리가 되네요.
스토리 설명 부분은 이미 올라왔으니 리뷰 느낌으로 적겠습니다.
재미있었냐 재미없었냐를 따지면 분명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는 '혼파망의 상황에서 개죽음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라는 마이너스적인 즐거움에 가깝죠.
이런 식의 플레이가 반복되선 저 자신, 제 나름의 RPG 감각을 잃어버릴 듯 해서 적어보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죠.
이번 플레이의 경우,
캐릭터 묘사 측면에선 나쁘지 않았지만, 내러티브 연출 면에선 그저 설정에만 맡겨버리고 달려서 생긴 성긴 면이 있었고
참가자 전체적인 합. 그러니까 디렉팅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가까운 수준에서 멈춘 건 그나마 뒷수습은 어느 정도 했기 때문.
뒷수습의 경우도 그야말로 뒷수습을 위한 뒷수습. 바바 식으로 말하면 '덩실덩실 플레이'였기에 앞으로가 걱정이 됩니다.
그저 파티내 분열이 일어났다는게 문제가 아닙니다.(사실 이 부분 자체도 지적하고도 싶지만, 이건 스타일 문제니 패스)
그 분열이 상호 배려와 거시적 서사에서 의미를 도출하다 보니 생긴게 아니라 순전히 '내 캐릭터의 성격과 목표' 부각에 집착해서 생긴 폭주에서 생겼기 때문에 문제인 겁니다.
마스터는 이를 '설정이 그렇다'는 명분 하에 방관. 오히려 부추긴 측면마저 있고요.
기본적으로 AD&D는 이럴 때 등료 플레이어가 플레이 도중에 깔끔하게 막을 방법이 전무한 룰이고,
메타적으로도 플레이 이후라면 모를까, 플레이 도중엔 감정적인 문제로 치닫기 쉬우므로 마스터의 배려가 이 부분에서 좀 있어야할 듯 싶습니다.
고리짝의 흔한 테마 '도닥이 동료 마법사 목따기 딜레마'에서 알 수 있듯 AD&D는 파티 상호간의 신뢰가 없으면 스토리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밸런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룰 자체가 섬세하지 못해서도 있고, 80년대 특유 감성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고, 장르의 한계인지도 모르죠.
여하튼 중요한 건, 이런 룰로 시노비가미나 피아스코를 찍어봐야 그 자체로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겁니다.(오프모임 자체의 즐거움이야 있겠죠. 하지만 그런 얘기가 아니니)
이정도로 소중한 '신뢰'라는 자원을 한 순간의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낭비하지 않았냐는 점을 저 포함 모두가 확실하게 각인했으면 합니다.
캐릭터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근거(맘에 안드시면 핑계라고 해도 좋습니다.)로 작동해야지, '신뢰'를 팻감으로 자신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한 줄타기나 한 판 도박을 걸어봐야, 결국 장기적으론 모두가 패자가 될 뿐입니다.
캐릭터 묘사 측면에서도 지적할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공유재산입니다.
그저 수치만이 아닌, 쌓아온 역사와 추억이 있어요. 그리고 그 역사와 추억은 다른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선형적 장기 캠페인을 전제로 한 이상 각 플레이어는 이 감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봅니다.
그저 게임적 측면에서 접근한다 해도, 함부로 내버릴 자원이 아니에요.
시쳇말로 남들은 머리 굴려가며 원코인 플레이 도전하고 하는데, 옆에서 동전 쌓아 놓고 막무가내 플레이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농담삼아 양키 플레이는 죽으면 찢고 그 자리에서 새 시트를 꺼낸다고 하지만, 그거야 그 인간들이 어쩌다 모여서 하는 단기, 단편 플레이일 때 얘기지.
그쪽도 장기 캠페인을 돌리는 캐릭터면 심지어 다른 팀에 가서도 그 시트를 쓴다고 할 정도로 자신이 담당한 캐릭터는 가치있게 여깁니다.
뭔가 망한 캐릭터 같다, 빌딩이 잘못된 것 같다... 라고 해서 내버릴 거라면 차라리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마스터나 다른 플레이어와 상의해야지
어떻게든 죽여버리고 새 시트를 꺼낼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행동해선, 참가자 모두가 김새고 때에 따라선 불쾌해집니다.
AD&D는 어차피 진지하게 해도 쉽게 죽어버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잖나 항변해봐야
오히려 그렇게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그 동안 버틴' 캐릭터에 스토익한 풍미가 감돌게 되는 겁니다.
이미 이렇게 터져버린 시점에서 더 이상 시시콜콜 적어봐야 한탄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니 이만 줄입니다만,
앞으로 이 부분은 서로 힘내서 주의하고 극복했으면 합니다.
댓글 (8)
거시적인 서사, 즉 결말까진 아니어도 각자 플레이어의 의도를 명확히하고 거기에 맞춰서 내부를 진행하는 형태완 정반대를 지향하니까요. PC Vs PC 상황에서는 1)PL간에 결말을 어떻게 할지 어느정도 합을 짜놓고 2)거기에 맞춰 세부적인 부분을 PC의 개성을 살리는 액션을 취하지만 3)주사위굴림에 의해서 계획을 위해 모든 플레이어는 노력했지만 원하던 결말과는 엉뚱한 형태로 흘러가지 않는 형태가 되어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도 모두가 만족스러운 상황으로 흐를 수 있지요. "PC A가 PC B의 행동을 반대하지만, PL은 내 PC A의 반대에도 B가 그런 선택을 하는게 재미있고, 그렇기 위해 PC A는 반대의 액션을 취한다"와 같은 형태로 플레이어의 의도가 전달되는게 현 트렌드에는 중요하다는거죠. PC의 행동을 선언하던 시대에서, PC의 의도와 행동을 선언하던 시대로 넘어갔고, 지금은 PL의 의도를 알리면서 PC의 행동을 선언하라는 형태로 넘어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AD&D라면 납득할 수 있는 마스터링이자 파티 플레이죠. 캐릭터를 코인으로 생각하는것도 옛날에 없지 않았을테고요.
음.
간단히 얘기해서, 그런 식으로 진행할 거였으면 캠페인 정보의 절반 이상은 날려버리고 캐릭터 구현에 딱히 공을 들이지도 않았을 겁니다. 코인에 공을 들이는 것만큼 에너지 낭비가 어디있나요. 안그래도 지치기 쉬운 플레이인데. 딱 정말로 시노비가미나 피아스코 캐릭터 메이킹 수준에서 스탑했을 겁니다.
사실 처음엔 그런 식으로 진행(아무 생각 없는 던전까기)하려고 했다가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스터의 의도에 맞춘 것인데, 그 결과가 이거라면 실망스럽지요.
더 큰 문제는 '현재 트랜드의 플레이'를 할 거라면 AD&D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고요.(이건 꽤 여러 번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Ps. 적다보니 본문에서 지나치게 돌려말한 거 아닌가해서 첨언하는데, '본래의 AD&D 마스터링'이라면 PK 발생 자체로 이미 캠페인 엔딩각 잡아야 합니다. 괜히 '도닥이 법사 목을 따기 시작하면 쫑나는 게임'이란 말이 나오는게 아니죠.
네, AD&D를 한 이상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것이 당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보는거죠.
그런 스타일도 잇다라면 모를까 '당연하다'고 까진 보지 않습니다. 실제 AD&D 캠페인 경험이 기존에 없던 것도 아니고, 참관이나 리플레이를 통한 간접 경험이라면 훨씬 더 늘어나니까요.
제작자인 게리 가이각스조차, 3rd들어 각 PC가 개개인으로도 활동할 수 있도록 각 클래스를 표준화한 작업에 대해 '파티'가 아니라 '팀'이 되었다라는 식으로 불쾌해 했을 정도입니다.(80년대 틀딱 할아범의 발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전 개인적으론 이런 제작 의도에 대한 존중조차 없을 거라면 그 룰은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예의라고 봅니다.)
첨언. '그러면 레이저의 의도에 대해서 왜 여태까지 별 말 없었냐'고 물으신다면 애당초 도중 난입이기 때문에, 서사적으로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연출해도 별 문제가 없어보였고,(플레이어 적으로라도 도중 참가인 이상, 이 정도 비틀기는 있어야 이미 진행중인 이야기에서 플레이 하시는 맛이 있지 않을까 했고) 메타적으로도 NPC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파티를 나누는 일 없이 진행하는 모토의 이른바 '최종보스' 지향이라고 거의 처음 제작 시점부터 말씀하셨기에 납득한 겁니다. 이마저도 도중 난입 동료가 아닌, 처음 플레이부터 동참해서 이 모토하에 제작하셨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확신할 수 없군요.
여하튼 사실 지금 시점에 있어서도 레이저의 행각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새 캐릭터를 가져오겠다고 하는 건 농담반 진담반일지라도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하지 않는 불쾌한 일임은 명확한 일입니다. 실제로 준비하고 있더라도 입밖에 내지 않는 선으로 해야하죠.
하지만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던 플레이어조차도 자신의 캐릭터가 죽는건 매우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한두달 한 것도 아니고 몇 개월간 쌓아둔 내용이니까요. 일요일에 처음엔 살리지 않겠다고 적극 반대하였으나, 후담을 진행하면서 다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중 협상단계까지 온거 아닌가 생각나기도하고요. 해피의 죽음은 파밀라에 의해 결정지어졌지만 먼저 해피를 공격한건 결국 플레이어들이었고, 그 상황이 이어지며 파밀라까지 집어던진거라고 볼수도 있지요.
이러니저러니해도 캐릭터가 둘이나 죽은 플레이어에게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힘내라고는 하고 싶습니다.
전 지금까지 trpg를 하면서 캠패인으로 마스터링시 실패했다라고 생각한적이 크게 2번 있습니다.
첫번째는 플레이어들의 감정이 상해서 캐릭터를 던지면서 끝나버린 캠패인이 있었구요.
두번째는 파티원들과 방향성이 조금 다른 캐릭터가 들어와서 상황을 주도 하게 되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고민해서 진행해 오던 것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적도 있었지요.
첫번째 같은 경우에는 저의 배려 (에누리) 없음에 아끼던 캐릭터가 죽게 되자 흥미를 잃어 버린 플레이어와의 문제였구요.
두번째는 비슷한 악성향의 캐릭터들이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상을 힘(폭력)으로 바꿔보자라는 기치로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던 것을 한순간에 끝내버리자는 급진주의자가 들어오면서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해버린 것이였습니다.
둘다 상당히 오랜시간 공을 들이고 다듬고 해서 만들었던 캠패인이였기에 종결은 나름대로 지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던것 같습니다.
이 이후 부터는 캠패인을 만들때 가급적 캐릭터의 조건들을 좀더 디테일 하게 만들어서 주었던것 같습니다.
첫째, 최소 파티와 같이 다니는 이유는 있을것.
둘째, 이 캠패인에 참여 하는 목적이 있을것.
셋째, 파티원들과 추구하는 방향성이 비슷하거나 상호 보완적일 것.
허나 이번 캠패인은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시작을 하다보니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뒤늦게 첨부를 했지만 얼마나 깊이있게 플레이어들에게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들은 캐릭터로서는 자기 위치에 들어가게 된듯 합니다.
하나의 매듭이 매어진 느낌이라 거기 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캠패인에서의 기대는 체험이 아닌 경험이 되도록 하고 싶은 것입니다.
캐릭터 마다 가지고 있는 감정의 선들이 시나리오 안에서 서사적으로 해결이 되기를 바랍니다.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게 없습니다.
상당히 조심스럽게 돌을 놓듯이 포석을 깔고 있습니다만 저도 전부 컨트롤 하기는 어럽습니다.
지난주도 레드드레곤 등장 타이밍을(폭주 대비용) 언제로 잡을지 고민했지만 조금 늦었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것들이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박이라기보단 스타일의 문제로 보아주시길)
RPG에 있어서 '당사자성'과 '스토익한 난이도'는 양립 불가능한 특성이라 봅니다.
이번 캠페인 진행 과정을 통해 이 생각은 더 확실히 굳어지게 되었죠.
어느 한 쪽을 양보하지 않으신다면, 참가자들의 집중력이나 멘탈이 (마스터 포함)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정말 왕도플레이 같은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 한다는것은 어렵습니다.
진지하게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하기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2nd룰이 이런 부분을 받쳐주지도 못하구요.
플레이어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른데 제 욕심에 강요하는게 아닌지 고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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