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away] 4/7 리플. <4화. 손님>

  4화. 손님.



눈을 뜨자 난 차안에 누워있었다.

  "어찌된거지?"

갈라진 목소리로 내가 입을 열자 마침 옆에 있었던 캐빈이 재빠르게 알려줬다.

  "딕, 네가 세명을 붙잡고 있는 동안 카나가 불로 다른 한 녀석을 해치웠어.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때 너가 쓰러지는 것을 봤지. 다행히 곧 녀석들도 불길에 한 줌 재가 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운이.. 좋았군."

  "녀석들은 마치 인간이 아니였어. 불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기절할만한 공격에도 아픔조차 느끼지 않는 듯 하니까."

  "마약이라도 한건가? 이상한 녀석들이긴 했어..."

몸을 추스리며 일어나자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고 있던 캐빈과 카나가 보인다.

  "갈수와 스튜어트는 아직도 쓰러져있는거야?"

  "응. 숨은 쉬는데 깨어나질 않네. 걱정이야. 지금 동굴이 있는 산 근처에 도착해서 딕 네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어."

카나의 말을 들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던 난 생필품을 내리고 갈수와 스튜어트를 양 어께에 들쳐매고 카나를 쫓아 동굴로 향했다.

동굴에 두 친구를 눕혀놓고 다시 차로 가니 차량이 안보이게 위장을 해놓은 캐빈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흔적을 최대한 지우며 생필품을 갖고 캐빈과 동굴로 돌아온뒤에야 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주변에 쓰레기가 널려있어서 치우는 한편 동굴 주변을 살피며 사람의 접근 경로를 살펴보고 입구를 보이지 않도록 위장했다.

카나와 캐빈도 주변을 둘러봤지만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동굴이 생각보다 깊은 것 같지만 탐험은 뒤로하고 일단은 모두에게 필요한 휴식부터 취하기로 했다.

스튜어트가 깨어나 상황을 설명들었지만 너무나 복잡한 머릿속에 괴로와하며 구석에서 다시 끙끙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링딩동 링딩동 리기리기리기 링딩동~ -

  "아버지?"

집에서 걸려온 전화. 어쩌지? 받아야 하려나? 하지만 영화에서 본 지식으로는(?) 분명 전파를 추적할 것이다.

  "내가 추적을 방해할게 받아봐 딕. 하지만 오래 버티진 못해."

스튜어트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한다.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 난 전화를 받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딕, 어디니? 어서 집으로 돌아오거라!

  "하지만 아버지. 정확한 설명이 없이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 아직은 너희가 어리기에 모든것을 설명해주기엔 시기상조다. 그러니 어서 돌아와라.

  "그래서 저희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사람을 풀고 그들이 저희를 죽이려 했나요? 그들은 거리낌없이 우리들에게 총을 쐈다고요!!"

  - 그건 명령이 잘못 전달되어 생긴 일이다. 그런 일은 다신 없을테니 걱정 말거라.

  "게다가 저희들이 사람을 죽였다며 현상수배를 하는 것도 봤습니다. 그것부터 먼저 해결해주세요."

난 아버지와의 통화로 돌아가는 척하며 무언가의 이득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현상수배를 푼다거나, 돌아가는 것을 빌미로 진실의 일부라도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협상의 포석을 조금씩 깔아가던 그때 통화가 꺼졌다.

  "추적을 방해하는데 한계가 와서 급히 전파를 차단했어. 헉헉..그래도 지금 상태의 정보만으론 우리가 플로리다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줄 알껄? 크크크."

혼자서 키득대던 스튜어트는 다시 머리를 부여잡고 구석에 가서 쓰러졌다. 머리가 너무 아파 미칠것 같으니 자신을 건들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별다른 소득이 없이 통화는 끝났고 나와 캐빈, 카나는 앞으로 어찌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같아선 집에 돌아가고 싶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결국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가 부모님들이 숨기시는 비밀을 파헤쳐야 하는데 아직 능력이 되진 않을것 같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영웅들 같은...

  "혹시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도와줄만한 사람이 있을까?"

내 말에 고민을 하던 카나가 말했다.

  "조금 떨어져있긴 하지만 근처 도시에 '헌터'라는 영웅이 있는걸로 알고있어. 그쪽에 도움을 청해보면 어떨까?"

  "추적해서 사냥하는 그 사람은 제보를 듣기 위해서 사이트를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곤 알려져 있지만 말 그대로 그건 제보를 위한 도구일 뿐이야."

  "그건 무슨말이야 캐빈?"

카나에게 말을 하던 캐빈이 뭔가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장난일지 진실일지 모를 제보가 수만건일거야. 그걸 자동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내용을 거르고 중요점만 추출해 자신의 사냥에 이용을 하는 거지. 우리가 도움을 청해도 헌터가 도움을 기대하긴 커녕 과연 볼 것인가부터 의문이라고."

  "그런...건가?"

카나의 말에 기대했다가 캐빈의 말에 실망해버렸다. 이런.. 근데 캐빈은 왜 내 머리를 토닥인거지?




저녁이 되어 간단히 스프를 끓이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누구지? 나뭇가지 사이로 누군가 정확히 동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부모님들이 벌써 추적한 것인가?

긴장하고 있는 우리들은 급히 방어준비를 했고 잠시후 동굴에 들어온 자는 허름한 옷을 입은.. 하지만 매우 매력적으로 잘생긴 자였다.

  "아니, 너희들은 누구야? 킁킁. 스프로군. 그럼 나도 함께할까?"

그자는 성큼 걸어 스프를 끓이고 있는 버너 앞으로 가 앉아 스픈으로 떠먹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나? 이 동굴의 주인인 세상의 방랑자이지. 내가 너무 잘생겨서 바깥세상에선 너무 피곤해. 그냥 이렇게 사는게 속편하다고."

  "노숙자란 말인가요? 흠, 잘생긴건 인정하지만 요즘 성형수술의 발달로 인물이 훤칠한 사람들은 쌔고 쌨다고요."

  "맹랑한 꼬맹이 녀석. 그런 녀석들은 나의 고귀한 미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난 상대를 떠보기 위해 당신은 못생겼어 드립을 날렸지만 잘 먹히지 않았다. 이미 자아도취의 단계가 성숙한 단계인듯 보인다.

카나가 이곳은 자신의 집에서 소유한 사유지인 산이며 고로 동굴은 나의 것이다란 이론과 내가 살던 곳이니 내집이다라는 노숙자의 팽팽한 말싸움을 지켜보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논쟁을 펼치면서도 틈틈히 먹는것을 쉬지 않던 의문수런 노숙자는 스프 한 접시를 다 비우더니 배를 문지르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궁금함에 이끌린 나와 캐빈, 카나는 그를 쫓아갔고 동굴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여러갈래로 흩어지는 길이 나왔고 놀랍게도 각각의 장소엔 약간의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이건?"

  "놀랐나 꼬맹이?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 위해서 산아래에서 좀 가져다 놨지. 난 좀 잘테니 그만 비켜달라고"

그렇다고 보기엔 꽤나... 가구가 많군. 낡은 침대의 매트리스로 기어올라가는 노숙자를 따라 나도 옆으로 기어가 누워봤다.

  "뭐..뭐야 이 미친 꼬맹이, 난 그만 자야하니 꺼지라고."

  "레이디 퍼스트라고. 저 숙녀분들에게 침대를 양보하는건 어떤가요?"

  "오~ 이런 딕. 이런 지저분한 침대에서 자라고? 준다해도 싫어!"

뒤에서 카나의 비명과도 같은 한탄이 쏟아져왔지만 가볍게 무시하며 노숙자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자. 어떻게 할테냐!

  "옆 갈래길로 가면 거기에 침대가 더 있으니 그걸 쓰도록해. 그러니 이제 그만 나가줘."




우린 일단 물러나서 노숙자가 말한 장소로 가보니 침대 6개가 있는 제법 널찍한 공간이 보였다.

  "음. 이상한걸? 방치된 상태가 아니야, 여기 침대 4개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사용한 흔적이 보이는데?"

캐빈이 주변을 살펴보며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뭔가 꺼림찍하다. 이대로 여길 떠나는 방법도 있지만 여긴 잠시 우리가 숨어있기 좋은 장소. 떠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정면돌파. 우린 다시 자고 있을 노숙자를 찾아갔다.





우리가 찾아가 일어나라 외치자 노숙자는 귀찮다는듯 밍기적거리며 상체를 세워 앉았다.

  "당신, 정체를 밝혀!"

  "이런, 딕. 앞뒤 다 짤라먹고 냅다 정체를 밝히라고 말하면 어쩌잖거야?"

  "냅둬 캐빈. 딕이 이러는게 어디 한두번이야? 후우."

당당히 외친 나의 말에 이어 들려온 캐빈과 카나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다. 제길. 하지만 노숙자는 의외로 반응이 있었다.

  "크크크. 이거 눈치챈건가? 네놈들이 잠들면 나의 권속으로 삼아주려 했더니말이야. 낮에는 감히 내 권속들을 처리하더니 나의 거처까지 찾아오는 배포한번 좋구나."

  "뭐..뭐라고?"

녀석은 말을 마치자 갑자기 입에서 기나긴 송곳니가 자라기 시작했다. 설..설마?

  "늑대인간인가!!!!"

  "어쭙짢은 도발은 그만둬라 애송이. 나 뱀파이어 레스타드를 만난건 행운이라고. 고귀한 나의 권속이 되어 발이나 핥아라!"

녀석이 말할때 잽싸게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지만 가볍게 피한다. 몸 움직임이 엄청 빠르다. 오히려 난 녀석의 손짓에 뒤로 밀려났다.

캐빈의 장갑이 공격을 튕겨내는 것을 이용한 콤비네이션 공격을 비롯, 카나의 불을 견디며 우릴 압박해온다.

처절하게 맞고 쓰러졌으나 다행히 캐빈이 회복을 시켜줘서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저 샌드백 신세일 뿐.

카나가 레스타드의 현혹에 걸려 잠시 그 불길을 우리에게 돌렸으나 캐빈이 빠르게 카나의 현혹을 풀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녀석의 빠른 움직임에 공격은 커녕, 옷깃조차 스치질 못한다.

현혹을 계속 방해하며 우리를 회복시키는 캐빈이 성가셨을까? 뱀파이어 레스타드는 한순간 거리를 좁히며 캐빈에게 다가가 그녀를 물었다.

안돼!!!!  1초도 안되는 사이 그녀는 금새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난 고함을 지르며 녀석을 향해 달려갔지만 오히려 레스타드는 나에게 다가와 목을 물었다. 크읔.. 낮의 마트 강도 녀석들이 물었던 것처럼 몸의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설마 다시 친구들을 두고 의식을 잃는건가? 안돼!!!!! 이렇게 쓰러질 수 없어!!!!!!!!!!

나의 의지가 통했을까. 심장의 두근거림이 들린다. 근육 하나하나의 신경이 나의 뇌를 자극한다. 내 몸을 힘차게 돌아가는 혈액의 파도소리가 느껴진다.

나는 직감했다. 더이상 뱀파이어의 흡혈따위는 나에게 소용없다는 것을. 오히려 이제 나에게 힘이 돌아온다. 그리고 녀석은 날 붙잡고 있지. 좋았어. 드디어 거리가 사라졌다.

레스타드 녀석을 붙잡고 박치기를 시도하자 고개를 움직이며 피한다. 하지만 난 이것을 노렸지. 나또한 녀석의 목을 물어뜯으며 바닥을 뒹굴뒹굴 굴러갔다.

  "뭐..뭐야! 흡혈이 통하지 않다니. 어찌 이런일이!"

당황하는 녀석이 풀려나려 노력하지만 쉽게 놓아줄 수없지. 녀석이 날 물든, 할퀴는 신경쓰지 않고 그라운드기술로 돌입하여 약간의 팔움직임의 공간을 확보하여 녀석의 머리를 찍어내렸다.

녀석은 내 품에 안겨 계속된 공격을 맞았다. 그 충격으로 정신력이 피폐해졌는지 카나의 불공격이 먹히기 시작한다.

좋아. 이대로 녀석을 태워버리리라. 마운트 자세로 녀석의 얼굴을 마구 가격했다. 잘생겼다 자랑하던 뱀파이어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며 자신의 피를 맛보게 되는 처량한 뱀파이어가 되었다.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난 녀석의 현혹에 걸리며 몸의 통제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니 레스타드와 싸웠던 동굴방이 아닌 다른 갈래길에서 서있는 나를 감지했다.

바닥에는 캐빈이 쓰러져있고 내 손엔 캐빈의 장갑이 들려있었다. 어찌 된거지?

  "헤헤.. 정신이 돌아온거야? 좀 저항 의식좀 갖지. 그렇게 충실하게 녀석의 명을 받드냐. 정말 단단히 걸려서 현혹이 안풀리더라."

  "아.. 아까 뱀파이어에게 물렸을때 죽은거 아니였어?"

  "카나가 내 장갑을 이용해서 간신히 날 회복시켜줬어. 안그랬으면 정말 황천길로 갈뻔했지 뭐야 헤헷.."

그럼 지금 바닥에 캐빈을 쓰러트린 범인은 나로군.

  "미안. 캐빈."

  "괜찮아. 그래도 네가 뱀파이어를 뭉개놔서 카나의 불공격이 먹혔어. 녀석이 도망가려고 했지만 카나가 결국 마무리를 했나보다."

힘든 싸움이 겨우 끝나서일까. 난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저 앞에 카나가 타버린 뱀파이어의 재를 병에 담아오는 것이 보인다.

  "그건 왜 챙겼어 카나?"

  "기념품~"



4화. 손님 끝.

댓글 (1)

Deoky 2013.04.19 22:52
에궁 일주일이 지나서 올렸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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