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강좌3 "플레이어보다 머리 좋은 캐릭터 다루기"

RPG를 처음할 때 은근히 신경쓰이는 부분이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지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머리가 좋은 캐릭터는 그 자체를 하나의 개성으로 표현하고 싶은 경우가 많기에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힘들죠. 요사이의 시스템의 경우 D&D 4판의 스킬챌린지처럼 '장면 컨트롤'를 지성파 캐릭터가 유리하게 하도록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에 조금 덜합니다만(적어도 머리 나쁜 캐릭터가 현자가 되는 일은 시스템적으로 최대한 배제하고 있습니다.), 굳이 장면을 컨트롤하지 않더라도 보다 넓은 범주에서 자신의 개성을 어필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특히 머리가 좋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도 쿨하지 않습니까. 아니라고요? 그런데 정작 해보면 은근 공기가 되기 쉽고, 의외로 부담가는 설정이죠. 효율적으로 캐릭터를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머리 좋은 캐릭터를 다루기에 제일 좋은 방법은 무얼까요? 룰북을 달달외우고, 마스터의 시나리오를 훔쳐보기? 아니죠. 전혀 아닙니다. 은근히 비효율적인 방법일 뿐더러 이러다 마스터와 서로 수를 읽기 위한 대결구도로 간다면 캠페인의 전개는 시궁창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RPGer들이 가지는 가장 큰 환상이 두개 있는데 그것이 'RPG는 자유롭다.'와 '맛스타는 공정하다.'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해서 재미있는 플레이가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염두에 두세요. 맛스타는 컴퓨터가 아니고, 신은 더욱 더 아닙니다. 캠페인을 망치고 일행을 시궁창으로 몰아넣는 능력에 한해서는 신급인건 분명합니다만.)

머리 좋은 캐릭터가 되고 싶다면, 맛스타의 충실한 대변인이 되세요. 맛스타에게 적극적으로 세상만사에 대해 물어보고 이를 다른 캐릭터들에게 전달합니다. 맛스타가 흘린 정보를 정리해서 적어 둬 까먹는 일도 없게합니다. 네. 압니다. 더럽고 치사하겠죠. 하지만 정말로 현명한 플레이어라면, 이것이야 말로 맛스타를 최대한 이용해먹는 일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맛스타는 자신의 대변인에 참으로 약해지는 인종입니다. 어떤 의미로 궁극의 관심병자입니다. 고로, 이렇게 대놓고 나설 경우 맛스타의 따까리로 이용당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특히 '제 캐릭터의 지능은 XX고 해당 스킬은 XX다. 해당 사안의 진실을 파악하기에 충분하다.'라는 걸 확실히 인식시킨다면 맛스타의 대변인이라는 점을 악용한 맛스타의 함정에 걸릴 일은 더욱 더 줄어듭니다.

여기서 더해 조금 에스프리를 살려 지성파의 개성을 어필한다면(아 그런데, 파티원에게 정보 숨기기는 앞 전에도 설명했지만, 전혀 멋지지 않아요.) 머리좋은 캐릭터를 다룰 때의 부담감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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