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긴산
신음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깬다. 시각은 새벽. 악몽 때문인가....


"꼬르륵~"
아니, 배고파서인가. 사무소가 망한 뒤로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아 계속 굶었다. 빈 속을 달래기 위해 배를 문지르며 일어난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동료들 모르게 창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먹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발걸음이 개미굴로 향한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으며 문뜩 잘 나갔던 시절을 떠올린다.
절친-아스파-과 함께 고통해소콤비-아스파 라긴산 - 로 불리던 시절. 말이 고통해소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상대를 골로 보내버린다는 의미지만.
아스파로 말하자면 풀플레이트를 입는 팰러딘이었지만 클래릭도 겸직하고 있었다. 치료의 권능도 사용할 줄 알았다. 하플링인지라 얼핏 봐선 굉장한 미소년으로 보인다. 뭐, 미소년이 맞긴 하지만.....
그 시절 우리 둘의 전술은 단순했다. 먼저 내가 닥돌해서 상대방의 창자에 구멍을 내놓고 반격받아서 가볍게 쓰러져준 뒤, 상대가 아스파에게 달려들려할 때 아스파가 힐링워드로 나를 회복시키고 벌떡 일어나 뒤에서 다시 한 번, 뒤에서 아스파의 가호-Prophecy of doom-를 받은 치명적인 공격. 이걸 버텨낸 적이 없다.
뭐, 언제나 적 못지않게 만신창이가 되는 나였지만.
로그길드 내부 파벌간의 항쟁에 해결사로 고용된 적이 있었다. 강대한 마법사를 등에 업은 파벌과 로그들만의 힘으로 길드를 이끌어가려는 파벌. 우리를 고용한 것은 후자쪽이었고 그날도 뒷골목에서 그 행동대장을 습격하고 있었다. 평소의 작전으로 막 쓰러뜨린 찰라 아스파가 건물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적을 발견하고 경고했다. 하지만 놈의 손에서 발사된 여러색을 가진 마법화살에 맞고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아스파가 항전했지만 생각이상으로 강대한 마법사로 아스파도 상대를 쓰러뜨릴 수 없었다.
"호오, 꽤 괜찮은 소재네."
전투중에 또 한 명의 마법사가 나타났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녀석들은 한 때 침입불가 탑의 마법사의 부하들이었던 자들로 그 마법사에게 반란을 일으킨 뒤 탑을 빠져나와 악행을 일삼고 다니는 3인조였다.
아스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뻔히 보이는 야한 눈빛을 하곤 아스파를 공격해 쓰러뜨리고 납치하려했다. 필사적으로 저항은 우리들이었지만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나를 남겨두고 녀석들이 아스파를 납치해갔다. 마지막 순간에 아스파가 필사의 리츄어를 발동시켰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게 된 것은 조금 뒤였다.
예언의 힘으로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던 아스파는 자신의 영혼을 분리해내는 리츄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납치된 직후 리츄어를 발동시켜 자신의 영혼을 내 검에 깃들게 한 것이다.
이후 나는 녀석들로부터 아스파의 몸을 되찾고자 했지만 나의 능력으론 놈들의 흔적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아스파에게 의존해온 부분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느꼈다. 검에서 들려오는 아스파의 영혼의 목소리도 점점 멀어지는 것같았다. 살기도 힘들어질 무렵 지금의 사무소에 들어왔지만 사무소도 금새 파산하고 말았다. 사무소에 있던 사람들끼리 어떻게든 다시 살 방도를 찾긴 했지만 굶는 날의 연속.
얼마 전에 맡은 일에서 전투를 치루게 되었는데 역시나 아스파와 있던 시절의 절반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닥돌했지만 상대에게 닿지도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남은 동료들의 무사히 전투
를 끝냈지만 이 무력감이란.....

앞으론 아스파와 함께 있던 시절관 다른 전술을 구사해야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 그렇다. 변화해야하는구나....

개미굴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간다. 내일은 좀 더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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