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에 대해서...

어제 리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고, 맛스타의 홈페이지에 리플레이 공개 요청도 있길래 내친김에 한번 의견을 써보는 글입니다. 명확히 할 것은, 이번 플레이야 이제 거의 대단원이 다가오는데다가 저번 캠페인이 첫 참가였으므로 R&B팀의 리플레이와는 거의 관련없이, 과거의 TRPG 플레이때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먼저 리플레이에는 몇가지 유형이 있겠습니다만,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보면,
1. 철저한 사실 서사기록적인 글.
2. 배포, 공개와 재미를 위한 다소간의 과장이 섞인 소설 형식의 글
3. 모험 전체가 아닌 인상적인 한두 사건을 포인트로 잡아 이슈를 만드는 글.

아마 맛스타의 맹대사나 제 낙서 등이 3번에 포함되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간간히 올리는 리플레이가 1번에 해당될거 같네요.

1. 일단 아마 가장 선호하게 되는 리플레이가 1번이 아닐까 합니다. 그 이유는 대체로... 플레이에 참석하지 못했거나,
지난번 이야기가 궁금한 플레이, 혹은 전 스토리에서 나왔던 중요한 사건들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 켐페인의 기록으로서 가장 좋은 형태겠지요.

다만 뭐랄까, 만약 전 시나리오가 궁금하다면 전에 참석했던 플레이어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해결 못할 일은 아닙니다. 정말 이전의 플레이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말이죠. 게다가 플레이어들이 다 모일때까지는 거의 잡담으로 기다리게 되니 굳이 이전의 스토리를 알지 못해서 이번 플레이에 곤란을 겪었던 적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고로, 1번 리플레이의 의의는 팀 자체의 플레이 기록과, 그 켐페인에서 자신의 캐릭터의 활약과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수있는 위안이 되겠지요.

2. 이 리플레이는 쓰는 사람도 즐겁고 읽는 사람도 재미를 주기위해 쓰여지는 글입니다. 제가 이전 팀에서 주로 쓰던 리플레이이기도 하죠. 글 자체가 팀원을 위한 글이라기 보다는 어쩌면 팀원들의 모험담을 이야기해 주는 형식이라 목적은 어는 정도 팀원 외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주기 위한 글이 되버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당연히 소설 형식이므로 모험한 사실 그대로가 아닙니다. 과장, 왜곡,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1인칭의 시점으로 서술할 경우,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이 그 플레이어의 의도와 다르게 곡해해서 보여지게 되는 경우도 있죠(본인은 전혀 웃기려고 한 행동이 아닌 진지한 선택이었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실없이 웃긴 개그로만 보이는 경우).
꽤 재미도 있고 반응도 좋았지만, 이 리플레이도 결국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리플레이를 쓰는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가 리플레이에 나오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점점 자신의 희망과는 동떨어지게 표현될때는 불만을 표시하게 되더군요.

3. 이 리플레이가 그나마 쉽고 편한 이유가 2번 리플레이의 장점도 가지고 있으면서, 무엇보다도 플레이 전체를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플레이하면서 있었던 재밌던 순간들 한두가지만 집어서 표현하면 그만이었죠. 꼭 글이 아닌 카툰형식이나 여러 다른 형식으로 표현도 가능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 경우 재미는 줄 수 있을지언정 기록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 봐야죠.

일단 리플레이를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는데, 먼저 플레이 전체를 어떻게든 기록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플레이를 한 기억만으로는 자세한 리플레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 기억으로만 리플레이를 시도해 봤는데 실제 플레이는 밤을 새 가면서 13시간을 플레이 했는데 정작 그 리플레이는 여섯 줄이었지요. 어쩔 수 없는게 리플레이를 쓰는 저도 긴 플레이 시간동안 집중은 무리였고 꽤나 여러번 졸았지요. 결국 졸았던 부분은 알 길 없고, 누구와 전투했는지 정도는 기억나지만 중요한 포인트마다 누가 어떤 대사를 했는지는 기억날 리가 없었죠. 결국 여섯 줄짜리 리플레이만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노트 필기라던가 컴퓨터 속기로라도 플레이 전체를 누군가는 기록해야 어느정도 충실한 리플레이가 나오겠지만, 이 역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달리 리플레이를 담당하는 플레이어는 꽤나 중압감에 시달리게 되는 플레이가 되기도 합니다. 플레이 전체를 기록한다는 것도 정말 쉬운 게 아니죠. 그때문에 전 팀에서는 지금은 흔치 않은 카세트형 녹음기까지 동원했습니다. 카세트만 바꿔끼우면 얼마든지 긴 시간을 녹음할 수 있는데다, 2배 느리게 녹음하는 모드도 있어서 플레이때는 아무도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지요. 물론 플레이 끝나고 혼자서 그 녹음을 일일이 들어가면서 리플레이를 작성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그때는 그렇게 열심히 리플레이를 썼던 이유가 리플레이를 쓴 플레이어는 경험치에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죠(물론 이 방식도 문제가 있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당시 던전 앤 드래곤즈 3판이었는데 리플레이를 쓰는 사람에게 어느정도 경험치. 그리고 영어를 모르는 플레이어를 위해서, 그리고 TRPG 팀 카페 회원들을 위한 영어 룰북의 일정 페이지 분량의 번역을 해오는 사람에게 어느정도 경험치. 그런 식으로 플레이 외적인 기여를 통해 동기 부여를 해주는 식으로 진행했었지요. 뭐 지금이야 다들 영어를 그대로 읽는 상황이니 이런 방식은 의미가 없긴 하지요. R&B팀 페이지에 영어 잘 모르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글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 음... 혹시 신입회원을 여성으로 두세명 받았는데 다들 영어를 못한다면 팀원들이 열심히 번역해서 가져올려나...? ㅎㅎㅎ

마지막으로 이번 캠페인때 리플레이를 중요시 했던 제가 별다른 리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따가 이제서 말을 꺼내보는 것도 이번 캠페인은 일방적인 진행이라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유로운 진행, 멀티분기가 아닌 일선형 진행이라면 마스터의 기록만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어느 정도는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정해진 분기가 없는,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진행방식이면, 그런 마스터를 위해서라도 리플레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제가 마스터를 해보니, 시나리오를 짜오는 부담감때문에 그날 플레이의 마지막에 반드시 다음 모험의 분기를 선택하도록 한다 해도, 누군가 정리해서 올려주는 리플레이가 상당한 도움이 되더군요.

아직 이번 켐페인의 마무리는 4주 정도 남았다고 하니, 다음 켐페인때까지는 시간이 좀 있겠지요. 그냥 다음 켐페인의 리플레이는 어떨까 해서 올려본 글입니다. 이번 켐페인은 아무래도, 이대로 진행될테니까요.

언제나 결론때 항상 도달하게 되는 거지만, 여러 방식중에 완벽한 해답은 항상 없더군요. 여러 방법중에 이 방법이 가장 나을 듯해서 하나를 택해서 해보고 해보다 보니 역시 장점도 있는 만큼 단점도 있어서 다음번에는 저 방법으로 해보고, 그렇게 여러 방법을 번갈아가면서 해볼 뿐이지, 완벽한 하나의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어쩌면 다음번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 뿐일지도 모릅니다.

댓글 (8)

RNarsis 2010.10.18 15:43
위키엔진 만질 줄 아시는 분? 실은 리플레이 자체에 회의적이기도 하지만, 자료 수집 정리라는 차원이면 위키를 사용하는게 쓸만해보이더군요.
아스라이 2010.10.19 06:28
저도 솔직히 리플레이 자체엔 회의적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리플레이에 쏟아지는 관심과 리플레이의 질은 비례하는 법이라는 생각이라서... 안타깝게도 위키는 잘 모르겠네요. 전에 울티마 7 한글화 작업할때 구글 웨이브를 사용했는데 그게 팀원들의 협력 프로젝트 형식의 문서완성할때 최적화 된 툴이 될거라 여겼는데 구글에서 이제는 내쳐진 툴인지라...
김도완 2010.10.19 22:06
개인적으로 둘째는 별로.

자료라면 한사람이 정리하는게 일관성이 있어서 좋기는
아스라이 2010.10.20 04:46
현재 다른 팀들의 리플레이들을 읽어보는 편인데, 확실히 1번 스타일이 2번 스타일보다는 많더군요. 다만 읽는 재미랑 분량은 1번이 확 줄어드는 느낌이지만... 역시 리플레이는 그냥 팀내 기록으로서의 가치로...
김도완 2010.10.20 11:56
아뇨. 1번 + 3번... 정도가 좋을 듯 해요.
오늘의 명대사는 3번 아닙니까..
happyhappycrazy 2010.10.20 22:38
가독성은 2번이 좋지만, 리플레이 란것이 누구를 대상하냐에 중요하기에,,
1번의 경우 플레이어들과 마스터를 위함으로써, 예를 들어 현제 플레이에서 얻은 정보를 지금 와선 머릿속을 뒤져 봐도 정확하고,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곤 못하는 것이 이유.
하지만 정보의 나열로써 외부인의 시점에선 관심도 최하

2번은 외부인의 호응을 위함이 크고 가독성은 좋지만, 결국 외부인의 관심을 못끄는 내용은 쓰나 마나고, 외부의 관심이 필요 없다면 역시,
컨밴션에서 제일 많은것이 리플레이 소설이지만, 반대로 평이 제일 나쁜 것들이 리플레이 소설

3번은 1번 2번의 중간 이지만, 결국 외부의 호기심은 자극 해도 호응을 얻기는 힘들고, 플레이의 짧은 정보는 되도 메인스트림은 아니라는 점.


마스터가 정보성 리플레이가 좋다고 하는 이유는 적어도 다음주에 이 NPC 누구예요 란 말은 안하기에 겠죠,,
(아니 정보성 리플을 써도 결국 이 NPC누구? 는 변함이 없던가,,)
아스라이 2010.10.21 16:56
알겠습니다. 팀내 리플레이의 의미.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필요할때 지난 플레이때의 소소한 정보 하나하나가 다시 필요해질 경우를 대비하여 세세한 기록으로서의 가치(확실히 NPC의 대사 하나나 특징, 행동들은 그때 플레이했던 캐릭터라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리플레이를 보는 사람은 팀내 일원들(아마 1번 형식이면 다른 데 공개할 의미는 없을 듯 하고, 그럴 필요도 없을거고... 확실히 2번 스타일이 팀외 관심 있는 자들의 흥미와 의욕을 부르겠지만 현재 경험상 희망자들은 있었으나 참관하기도 쉽지않고 막상 참관했다 해도 효과는 미미...)로 거의 한정. 이정도로 요약되겠군요.
happyhappycrazy 2010.10.22 18:01
사실 리플레이는 누구 한사람의 의무가 아닌 모두가 조금 씩이라도 약간의 피드백과 함께 한다면.
내가 놓친 정보를 팀원의 리플에서 알수 있고, 다른팀원의 생각이나 그때의 행동이유를 알수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여러명이 쓰면 여러가지 색이 묻어나오듯 모두가 똑같은 1번이라도 조합해서 보면 2번이나 3번 처럼 재미를 알수도 있겠죠.
(물론 다양한 인원이다 보니 모두가 1번일 일은 드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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