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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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아넨슨이 최초로 RPG캠페인이라는 걸 만드려고 할 때(이 때는 보드게임이었습니다만), D&D 개발자 게리 가이각스는 그 세계 한 구석에 자기가 설정할 수 있는 영역을 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데이브 아넨슨이 해당 캠페인, 블랙무어를 정리하고 게리 가이각스와 함께 D&D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게리 가이각스는 약속대로 블랙무어 한 구석에서 캐슬 그레이호크를 만들었습니다.

 

캐슬 그레이호크는 D&D 역사상 최초의 던전으로 게리의 동료들과 그 아들딸들이 테스트 플레이어로 참가했으며 최초엔 13층, 나중엔 더 늘어나 50층에 달하는 던전이 됐습니다. 

 

던전을 돌리다보면 이 때 사용할 마을을 만들어야하는 법. 게리 가이각스는 그레이호크 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가 있는 대륙과 세계를 차근차근 만들어갔습니다. 게리 가이각스는 일주일에 7일을 마스터로 임했기에 세계 제작은 꽤 설렁설렁 진행되었고 대부분의 지역은 노골적인 북미 대륙이었습니다. (사실 게리는 그레이호크를 평행차원의 지구라 생각했습니다.)

 

슬슬 새로운 마스터들이 생겨나고, 게리가 플레이어로 참여하게 되면서 그레이호크 세계관은 좀 더 체계적이 됩니다. 더 이상 그레이호크는 블랙 무어의 일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는 데이브 아넨슨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기 싫은 게리의 의향도 있었을 겁니다.) 신앙의 경우, 게리는 저레벨 플레이 위주로 진행했기에 신에 대해 구체적인 묘사는 필요없다고 생각했지만 유저들의 요청이 들어오자 (개발사적으로) 최초의 신 성 커스버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선하지만 매우 독단적인 신으로 불신자들을 몽둥이로 후려갈기는 근육맨이었습니다. 이후 악역을 위해 악신들도 만들어냈습니다.

 

게리는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레이호크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출판하기를 싫어했는데, 첫번째 이유는 D&D는 모두가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 플레이하는게 제일 올바른 방법이란 관점을 가졌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자신의 마스터링 데이타를 스포일러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지금 관점으론 좀 어이없을 지도 모르지만, 저 당시 게리 가이각스는 각종 행사장을 돌며 수백수천명의 플레이어를 이끌고 마스터링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그레이호크의 역사와 정치를 설정할 때 게리는 로마에게 점령당하던 시절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픽트족, 켈트족 레퍼런스를 가미한 특유의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제국은 분열되고 각 국가는 각자의 목표에 따라 암약중이며 악의 오크 군단(몽골!?)이 악신의 인솔 아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후에 아즈텍이나 잉카 문명의 요소도 받아들여 그레이호크는 지금 감각으로도 매우 힙스터한 세계가 되었습니다.

 

이후 D&D 에니를 만드는 경험을 통해 제작사는 그레이호크란 세계가 영상화하기엔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드래곤랜스에 회사의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D&D 그 자체였던 그레이호크는 예전만큼의 위상을 잃게 되었죠.

 

1986년 게리 가이각스가 회사에서 쫓겨나면서, 그레이호크는 포가튼렐름으로 대체됩니다. 이후에도 각종 업데이트는 진행되었지만 활발하지 않았고 원작자인 게리 가이각스의 의도와는 멀어진 전개였다고 합니다.

 

이후 드래곤랜스와 포가튼렐름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그레이호크의 신전개가 시작됩니다. 세계의 균형을 심판하고 수호하는 모덴카이넨과 8인회를 축으로 그에 대항하여 세계를 뒤흔드는 악역 리치 베크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 전개는 엄청난 히트를 쳐, 뒷방 늙은이 신세였던 그레이호크는 다시 주력 캠페인 세팅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자, 그레이호크 세계관이 킹콩에서부터 스타트렉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얼기설기 근본없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지적되었고 제작사는 그레이호크 워 라는 거대전쟁 이벤트를 통해 세계관을 소프트 리부트합니다. 혼돈스러웠던 세계는 악신 이우즈가 지배하는 영역과 그에 대항하여 자유를 찾아 연맹하는 세계라는 구도로 바뀌었고 긴장감 형성을 위해(?) 8인회를 붕괴시켜버렸습니다.  

 

D&D 3판에 접어들어 지나치게 많이 늘어난 세계관을 정리하는 가운데, 그레이호크는 살아남았고 지나치게 암울한 세계관을 좀 더 발랄했던 초기 세계관풍으로 정리했습니다. 더 나아가 리빙 그레이호크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실제 플레이어가 있는 지역을 그레이호크의 특정 지역에 대응하게 해서 리얼타임으로 연대기를 진행하게 해 그들의 이야기를 실제 세계관 설정으로 통합했습니다. 이는 8년간 진행되었으며 그레이호크의 마지막 불꽃이었습니다. 현재 D&D에선 그레이호크를 특정 어드벤처의 배경 정도로 사용하는 이외에는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그레이호크의 중요 인묻들은 포가큰렐름이나 레이븐로프트 등으로 옮겨갔고, 이후 연표에 따르면 그레이호크는 리빙 그레이호크 이후 얼마 안가 산업혁명이 일어나 그 1세기 뒤에는 마법과 판타지가 소멸한 세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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