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드래곤랜스)

드래곤랜스 세계관은 트레이시 힉맨이 D&D 개발사인 TSR에 취업하기 위해 면접용으로 준비한 세계관입니다.

기존 D&D는 거대한 서사를 가진 세계관이 없었고(그레이호크가 있었지만, 이건 제작진 취미가 우선이라 서사성에 있어선 허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름과는 달리 드래곤이 세계관 내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지점을 메꾸기 위한 시도가 드래곤랜스였던 거죠.

 

1984년 드래곤랜스의 첫번째 어드벤처 모듈과 소설이 발매됐습니다. 특히 소설은 어드벤처 모듈을 테스트플레이 했을 때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후 작가진은 이런 작법이 너무 제약이 많아진다고 생각해 초반 몇 권 이후 소설을 먼저 만드는 방식으로 회귀했습니다.) 원래 TSR은 이걸 소설로까지 출간하는 데 회의적이었지만, 실제론 놀랄 정도의 대박을 쳤고 이후 40년간에 걸쳐 권수로는 107권, 종수로는 190개가 넘는 작품이 이 세계관을 배경으로 씌여졌습니다. 

 

드래곤랜스 세계는 크린이란 행성의 안사론이라는 대륙을 무대로 펼쳐집니다.

 

신들은 잊혀져 신성 마법은 사라졌고, 악의 용신 타키시스만이 돌아와 대륙을 용들로 지배하며, 그 휘하의 하이로드들이 타키시스의 명령을 따라 정복활동을 해나갑니다. 이런 시점에 (이후 랜스의 영웅으로 불리게 될) 일련의 모험가들이 다시 옛 신들에 대한 신앙을 회복하고, 전설 속 용기사 휴마의 드래곤랜스를 복원하며 타키시스의 하이로드에 맞서 싸운다. 이게 첫번째 이야기 드래곤랜스 크로노클입니다. (AD&D 시절)

 

이후 옛 신의 신앙이 복원되어 신성 마법이 돌아왔고, 타키시스의 활동이 선의 용신 팔라다인에 의해 위축된 틈을 타 하이로드간의 군웅할거가 시작되고 과거 랜스의 영웅이었던 악의 마법사 레이스트린은 신이 되고자 시간여행을 시도하며, 이를 막기 위해 레이스트린의 쌍둥이 형, 근육전사 캬라몬이 켄더 태슬호프와 함께 시간을 넘나들며 모험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레이스트린은 자신을 희생해 타키시스를 봉인하며 세계는 잠시간의 안정을 되찾습니다. 이게 두번째 이야기 드래곤랜스 레전드입니다. (AD&D 시절)

 

랜스의 영웅들의 아들딸 세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타키시스에 대한 경계를 늦춰버립니다. 일련의 악의 마법사들은 결국 타키시스의 봉인을 다시 풀려하지만 거기서 풀려난 것은 타키시스만이 아닌 모든 신들의 근원이자 모든 것을 소멸할 존재, 카오스를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세상에 파국이 시작됩니다. 랜스의 영웅들 대부분은 무가치하게 살해되고, 2세대 영웅들도 대부분 쓰러집니다. 그 때 켄더 태슬호프의 목숨을 건 놀라운 활약으로 간신히 교섭의 여지가 생기며 카오스와 모든 신들이 봉인됩니다. 이로서 세상엔 다시 신성마법이, 그리고 이번엔 비전마법까지도 사라집니다. 드래곤 랜스 시퀄이 이 부분을 다룹니다. (D&D 3rd, 단 딱 시작 시점이 해당 캠페인입니다.)

 

카오스 워부터 38년 후, 신들이 소멸한 크린. 이젠 필멸자의 시대가 된 그 곳에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종의 용들이 나타납니다. 악룡들은 그 새로운 용의 노예가 되었고, 선룡들은 멸망합니다. 그 와중, 유일신(사실은 타키시스)을 섬기는 신비로운 여성 미나가 세력을 이끌고 안사론을 점령하기 시작하며 엘프들은 그에 저항하기 위해 단합합니다. 전쟁의 결과 악의 용신 타키시스는 드디어 소멸하고, 선과 악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선의 용신 팔라다인은 신성을 포기합니다. 미나의 세력은 궤멸하지만, 그에 저항하던 엘프들도 자신들의 국가를 잃어버립니다. 그래도 신과 마법이 다시 돌아온 것이 위안일 것입니다. 워 오브 소울 트릴로지가 이 부분에 해당합니다. (D&D 3.5를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소설이었지만 결국 채용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4판에는 드래곤랜스 지원이 끊겨버립니다.)

 

이후 메인 작가인 트래이시 힉맨과 마가렛 와이즈와 해변법사 사이에 해묵은 갈등이 본격화되고, 5판에 다시 드래곤랜스 복귀가 결정되었지만 소송전 끝에 각자 별개의 흐름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트레이시 힉맨과 마가렛 와이즈는 드래곤랜스를 마무리 지을 새로운 3부작 다크 디시플을 저술 중이고(현재 2권까지 출간), 드래곤랜스 5판 캠페인은 아예 연대기적으로 제일 전, 드래곤랜스 크로노클 보다도 이전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Ps. 처음엔 엄청난 히트를 쳐서 D&D를 상징하는 세계관이 되었지만, SAGA라는 새로운 시스템의 메인 세계관으로 쓰기 위해 D&D에서 한 동안 떼어버렸던 TSR의 병크와, 일등공신인 자신들을 외주 작가 취급하는 데에 신물이 난 메인 작가진의 분노(아니 이것도 결국 TSR 병크!?)가 겹쳐 80년대의 엄청난 히트를 21세기까지 이어나가는 데엔 실패한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D&D의 간판이 된 것이 포가튼 렐름입니다.

 

Ps2. 그래도 시니컬한 병약 마법사 레이스트린, 배드애스 간지나는 블루레이디 키티아라, D&D의 다스베이더 소스 경은 80년대 판타지계를 강타한 캐릭터로 알려져있으며, 싸우는 웨이트리스 티카도 이 쪽 업계의 선구자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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